내 SNS 팔로워 친구들 중에서는 나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 국적은 러시아 친구인데, 요즘 그 나라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뭔 일 있냐는 듯, 자신의 삶에는 흔들림 없이 집중하는 중이다. 그녀는 한류를 좋아하는 나의 팬이다. 항상 한국을 품은 내 사진에 놀라고 내 친절에 감동한다.
그건 그렇지만, 그녀가 첫 번째 선물을 나에게 보냈을 땐, 첫선물이라 나도 그것에 감사하고 뭔가 티를 내야 했기 때문에.. SNS에 그것을 게시했는데.. 하필 이것을 오래 알고 지내던 우크라이라 친구가 보더니 대뜸 "러시아 친구와 가까운 친구는 내 친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화난 기분으로 날 언팔로워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거의 7년 가까이 알았던 친구였던 거 같은데, 그렇게 쉽게 날 언팔로워하다니, 그들이 느끼는 러시아에 대한 감정의 골이 너무 깊은 듯 보였다.
난 그냥 우크라이나 친구의 행동을 존중하려고 한다. 내가 그녀에게 불편해졌으니 다시 팔로우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편으론 조금 서운 하기도 하다. 정치적인 상황을 떠나 그래도 여행하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고 오래 알고 지낸지라 나에 대한 이해심은 있을 거라 믿었던 친구였는데, 내가 선물 받는 것 그 하나에 화가 나 번갯불에 콩 볶듯 언팔로워를 해야 했을까..?
새삼 수년간 그 친구와 이야기 나눴던 많은 것들이 허무하기 그지없다. 또는 모르겠다. 그녀가 날 짝사랑했던지, 질투했던지.. 또는 아픈 과거가 있던지.. 또는 정부에서 일하고 있던지..
나는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친구들에게도 살며시 물어보니, "그 친구(선물 보낸 러시아친구)는 당신의 친구이지 내가 너의 친구에게까지 뭐라 할 입장이 안된다"며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의 반응이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그렇게 러시아 친구는 자신의 선물로 인해 내 우크라이나 친구와의 우정이 깨진 것에 대해 무척 당혹스럽고 미안스러워했다. 그나저나 전쟁이 러시아 시민의 잘못일까? 리더를 잘못 만난 잘못이지.. 하긴 리더를 뽑는 게 시민들이긴 하지만.. 헐
아무튼 그 후에도 러시아 친구의 정성 어린 편지와 선물은 멈출 줄 몰랐고 그녀는 나에게 부담 갖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난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녀는 오직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보낸다고 하는데, 시골생활을 하며 재미없게 지내는 내가 좀 짠해 보이나보다. 하지만 또 다른 팔로워들은 생각이 틀리다. 그녀가 널 좋아하는 듯 싶다며 너도 선물 보내라며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나저나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일부 SNS가 차단되었고 접속이 힘들다. 근데 어떻게 그들이 SNS를 하는 것일까? 보통 VPN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쟁과 선물, 그리고 친구, 참 웃기고 슬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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