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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요즘 머리가 너무 길어서 머리 좀 자르려 했는데, 이 지역은 매월 첫째 주 화요일만 되면 모든 미용실이 대부분 쉰다. 하필 그날이라 결국 발길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일찍 아침을 맞은 이발소"

 

다음날 이른 아침, 난 걷기 운동을 한다. 쌀쌀한 공기 이제 너무 추워 몸이 으스스한데, 몸에 땀을 조금 내볼 겸 평소와 다른 코스로 걷기 운동을 해본다. 그러다 발견한 낯익은 불 켜진 이발소 회전 간판, 새벽 6시가 넘어가고 있지만 돌고 있었다. 설마 이 시간에 영업을 하는 건가..

 

마침 걷기 운동 나왔으니 어제 머리를 자르지 못해 겸사겸사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하고 들어간다. 살짝 보니 늙은 할아버지 뻘되시는 분이 잠시 눈을 붙이고 계셨는데, 나이가 걸리긴 했지만.. 뭐 어떠한가 머리만 잘 자르면 되는 것을..

 

그렇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머리 자를 수 있나요?!" 물었더니 "네 합니다" 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발소에 대한 좋은 기억은 찾기 힘들다. 4번 중 1번만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데, 그냥 순수한 맘으로 최근 사라져 가는 정감 있는 이발소의 부흥에 조금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원래 내 머리는 항상 투블럭 컷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노인분 제일 편하게 머리 잘라주시라고, 흔한 스포츠 스타일로 부탁해본다. 그리고 "앞머리는 너무 짧게 자르지 마시고 왁스로 세울 수 있는 스타일로 잘라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쓱싹쓱싹, 촥촥"

 

그렇게 노인은 느리게 그리고 차분히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조용한 새벽, 머리카락을 자르는 느긋한 가위질 소리와 이발소 내부의 뜨거운 보일러 공기에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았는데.. 

순간 눈을 떠보았더니.. 그 많던 머리가 순식간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머리 형태를 보니 "아, 이거 좀 아닌거 같은데.."라며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최소한 원빈이 주연인 영화 아저씨 속 헤어 스타일 정도는 되보일 줄 알았는데, 너무 과하게 자른 모양새다. 이건 마치 출가하기 전 머리 스타일 또는 중학생 때 학교 옆 이발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5분 만에 잘랐던 그때 그 시절 까까머리 스타일로 전혀 멋스럽지 않고, 그냥 이름 그대로 머리만 잘랐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노인과 나는 말을 이어간다. 그는 몇십년 이발사를 하면서 스포츠 머리에는 도가 텃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스포츠 스타일은 요즘 미용실보다 더 잘 잘라서 맘에 들어 다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정말일까? 그냥 난 거울로 내 몰골을 보고 노인 이발사의 자존심이라도 상할까봐 머쓱 웃음만 짓고 "네" 거리며 별달리 아무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살려는 노인의 생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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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믿었나 보다."

 

맞짱구를 쳐주니 노인 이발사는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나저나 나는 머리 자르기 시작할 때 노근 거려 잠을 잘게 아니라, 이발사가 머리를 자를 동안 꼼꼼하게 어떻게 어떻게 잘라주라고 말하지 못한 내 자신이 미웠다.

이발사는 특이하게 가위만 사용하고 바리깡(이발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그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데 더 힘들어 보였고, 아마 그렇게 스포츠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다는 어떤 무언의 자존심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머리를 감고, 그는 목뒤와 구레나룻을 면도날로 면도해주고 이발이 끝나게 되었는 데.. 

 

"얼마예요?"

"만오천원!"

 

헐! 서울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싼거지? 머리만 잘랐는데 면도까지 했다고 더 비싼 건가? 요즘은 고물가에 미용손님도 줄고 오히려 손님 유치를 위해 기본 컷은 저렴한 곳도 많은데,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더 저렴한 남성 전문 미용실을 가고 말걸.." 이라며 속으로 후회스러웠다.

 

"뭔가 화장실에서 급하게 볼일 보다 해결 못하고 온 기분이야."

 

그렇게 그곳을 떠나며 예의상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지만, 뭔가 한대 맞은 마냥 영 찝찝한 이 기분은 뭘까..

내 머리 뭔가 우스꽝스러워 가져온 모자를 다시 뒤집어쓰며 씁쓸한 마음 갖고 집으로 돌아 걸어간다.

집에 돌아와서 시간대가 다른 외국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내 머리 사진을 보여준다. 누구는 보자마자 폭소하고.. 누구는 셀프 컷 했냐고 하며.. 누구는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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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집에서 혼자 잘라도 이 보다는 더 잘 자르는데.."

 

거울 속 내 머리를 관찰한다. 10년은 더 늙어 보이는 건 왜지?

여기저기 안 잘라져 삐져나온 머리카락, 윗머리에서 옆머리까지 머리 길이는 같고, 미용의 기본인 그라데이션도 전혀 없어 보인다. 두상 형태에 따른 맞춤 볼륨은 전혀 없고, 구레나룻는 눈매 끝을 기준 지어 자른 듯 보이는데 한쪽은 좀 더 길구나, 더군다나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앞머리는 너무 짧아 왁스도 못바를 지경이다. 

 

"군대 갈 시간인가..?"

 

모험의 끝은 처참하다. 난 가끔 사서 고생한단 말이지..

지금도 머리를 볼때마다 살짝 속상하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모자를 착용하다 머리가 좀더 길면 원래 투블럭 컷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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